[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인의 언어문화 유전자
우리 문화는 독특한가요? 한국의 문화와 중국, 일본의 문화는 다 다른가요? 동양의 문화와 서양, 아프리카의 문화가 다 다르지만, 다 다르다고 독특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문화는 개인 차이가 있을 정도로 다양성이 있지만, 나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독특함이나 독창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쉽지 않은 결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문화의 유전자라고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문화의 독특함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개인과 개인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DNA 검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친자 확인에 사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공통점을 전제하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통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르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 구별된다는 정도로만 기억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 다르다고 하는 것 역시 서로 같은 점을 바탕으로 조금 달라져 있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기 때문에 다툼이 시작되는 겁니다. 저는 문화의 유전자라는 말에서 그런 위험성을 봅니다. 제가 말하는 문화의 유전자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문화 유전자가 다르다거나 한국과 중국의 문화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 유전자가 다르다는 말이 공통점을 배제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문화는 같은 부분이 많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라납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각 문화 간의 차이점도 도드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봐도 알 것입니다. 국수와 우동과 라면, 스파게티 등은 완전히 다른 음식일까요? 밥을 짓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밥을 먹는 것은 대부분 일치합니다. 한복과 기모노와 중국 한족의 옷, 청나라 시기의 치파오는 완전히 다른 옷인가요? 유럽 각국의 옷을 아시아인들은 잘 구별해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은 아시아의 옷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동남아시아의 전통의상을 잘 구별할 수 있나요? 물론 잘 살피면 특색이 나타날 겁니다. 문화 유전자를 살피는 것은 넓은 공통점과 세밀한 차이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더 어려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원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고 복잡하고, 확신할 수 없기에 어원을 알기 어려운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당연히 어원을 통해서 문화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표현을 비교, 대조할 때도 많은 어려움을 만납니다. 어디까지가 한국어의 독특한 표현인지 확증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어에는 한자 등 중국어의 영향이 지대할 것입니다. 단순히 단어뿐 아니라 문장 구조나 표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일본어의 경우도 일제강점기의 세월이 크나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화기를 거치고, 학교 제도가 정착되던 시기라는 점은 일본어의 영향이 상상외로 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기억 못 하는 옛날에 다른 언어와 서로 교류한 것은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를 통한 문화 유전자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 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사고를 살피는 일, 문화의 특징을 살피는 일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 혼자만의 문화가 아니라 함께 이루어온 문화이고 그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쳐 왔음을 인정하는 태도만 전제된다면 문화 유전자를 찾는 노력은 즐겁고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문화 한국인 언어문화 유전자 우리 문화 청나라 시기